※본 공연은 극의 전개에 필요한 특정 장면 묘사에서 다소 충격적이고 불편함을 드릴 수 있습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by.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 (원작)
선생님, 잠깐만 열쇠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격변하는 소련의 상황에서 세대 간의 갈등과 시대와 개인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110분
2020.06.16 ~ 2020.09.06
전석 55,000원
정재은, 우미화, 양소민, 김도빈, 박정복, 강승호, 김현준, 오정택, 최호승, 김효성, 김주연, 이아진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이 공연이 되고 있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는 혜화역 3번 출구로 나가 서울대학교 병원을 지나 쭉 가면 나오는 이화 사거리 앞에 위치하고 있다. 3번 출구에서 공연장까지는 은근 멀기 때문에 역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또 가끔은 오는 지역에 따라 버스가 더 빠를 수도 있으니 미리 검색을 해보고 오는 걸 추천한다.
재관람 카드는 1회 차부터 적립 가능
소극장은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7월 말부터는 대극장에서 <뮤지컬 - 마리 퀴리>가 공연될 예정이라 현재 공연장은 한산한 편이다.
<오늘의 캐스팅>
엘레나 - 정재은 / 발로쟈 - 박정복 / 빠샤 - 오정택 / 비쨔 - 최호승 / 랄랴 - 김주연
<시놉시스>
고등학교 수학 선생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의 생일, 늦은 저녁. 한 무리의 학생들이 엘레나의 집을 방문한다.
랄랴와 빠샤, 비쨔, 그리고 발로쟈. 네 명의 학생들은 와인과 선물, 그리고 꽃다발을 들고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고, 제자들의 정성 어린 마음에 감격한 엘레나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은 자신의 처지와 미래를 두려워하며 엘레나에게 조심스러운 부탁을 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시험 성적을 고쳐야 한다는 이유로 답안지가 있는 학교 금고의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는 아이들.
엘레나는 제자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타이르며 거절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더욱더 거세게 열쇠를 요구하며 엘레나와 설전을 벌인다.
설득과 협박을 오가는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상황은 엘레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캐릭터>
엘레나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직하게 사는 거야"
발로쟈 "약점을 정확히 알아내서, 타이밍에 맞게 단추를 누르는 거야. 징-징- 문이 열리게!"
빠샤 "단지 수학 점수 하나 때문에 원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너무 모순된 거 아니에요?"
비쨔 "저는 그러니까... 산림 학부에 가고 싶은데.. 저는 숲이 너무 좋거든요."
랄랴 "우린 단지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선생님은 그걸 책망하고 비웃으실 거예요?"
<공연장 자리 후기>
공연장은 무대가 중앙에 있고 A, B 구역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다. 의자가 엄청 불편하긴 하지만 4열까지는 보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5열부터는 조금 먼 감이 있다. (소극장 기준에서는 어느 자리던 충분히 가깝다.) A구역으로 가야 침실까지 다 보일 것 같은데, 침실에서 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B구역도 상관없다. 단지 사이드로 가면 철골에 가려져서 얼굴이 안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공연 후기>
화가 나고 분해서 눈물이 나는 건 처음인 연극이었다. 작가가 말했듯이 너무나도 뚜렷한 선과 악의 대립인데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반인?을 나타내는 듯한 인물도 나와서 보다 보면 어느새 화가 나 눈물이 나더라... 엘레나 선생님은 명확하게 선을 대표하는 인물, 그리고 발로쟈는 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사실 모든 학생들이 '악'인 것 같지만... 끝까지 악인 것 같은 인물은 발로쟈인 것 같아서 발로쟈를 악으로 생각했다. 랄랴가 위에서 말한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하는 일반 사람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극을 보는 내내 랄랴에 나를 대입해 보게 되었다.
4명의 학생들 (발로쟈, 빠샤, 비쨔, 랄랴)은 자신들의 수학 성적을 고치기 위해 시험지 금고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엘레나 선생님의 집에 찾아가 협박을 한다. 물론 처음에는 생일을 축하한다고 분위기를 한껏 잡은 뒤 나름대로 덫을 쳐가며 엘레나 선생님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다. 아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아이들의 논리가 더 황당하다. 선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 난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들어가야 하는데 수학 때문에 갈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이공계에 지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A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해서 피해 볼 사람은 없다. 내가 잘 살고 싶다는 데 어른들이 위선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나를 위해 이런 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상황을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 아프고 극에 좀 더 몰입하게 되었다.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모든 걸 남들보다 잘해야 하는 이 사회. 아이들의 선택이 도덕적이지는 못하지만, 한 번쯤은 내 성적 바꿔 치기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봤던 사람이 현실에는 없겠는가... (실제로 뉴스에 나오는 여러 성적 비리 사건도 있고...)
아이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엘레나 선생님은 절대 줄 수 없다며 끝까지 양심, 도덕, 선을 지키려고 한다. 위에서 발로쟈가 악을 대표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때부터 그의 본성. 그러니까 이 행동에 참가한 이유가 나온다. 외교부에 들어가길 원하는 발로쟈는 이 상황을 자신의 손 안에서 통제를 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자신은 성정 조작할 필요 없다고 하며 '선'인 엘레나 선생님을 무력화시켜 원하는 '열쇠'를 받아 내기 위해 랄랴, 빠샤, 비쨔를 이용해 엘레나 선생님을 궁지에 몰아가게 만든다.
모든 학생들 하나하나 말을 하고 싶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두 명이었다. 랄랴와 발로쟈.
랄랴가 첫 번째 순서로 엘레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랄랴는 이 모든 행위가 옳지 않고 정당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도와 달라는 건데 그냥 빨리 열쇠를 달라며 협박을 한다. 가난이 싫다. 자신은 엄마처럼 하루 종일 노동을 하며 아끼고 자식에게 투자를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는 또 다른 여성이 산다. 멋진 차에서 내리고,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며, 엘리트인 부류. 자신이 원하는 삶은 이런 거다. 엘레나 선생님과 엄마 같은 삶이 아니라. 하며 자신이 왜 이 행동에 가담을 했는지 설명을 한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위선적이다. 자신의 욕망을 내비치면서 이를 이루기 위해 불법까지 저지를 수 있다고 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엘레나 선생님을 도우려는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에게 그냥 가자고 하기도 한다. 친구들에게는 소용없을 것 같으니 포기하자고도 하고, 엘레나 선생님한테는 그러니까 좋은 분위기였을 때 빨리 열쇠를 내놓으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얼마나 이기적이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만 하는 인간상을 보아주는 건지.
발로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하는데 이 방법이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인간성을 상실한 부분이어서 너무 화가 났다. 엘레나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중성을 보며 점점 무너져 내리는 데 마지막에 난 더 이상 엘레나가 아니야 하며 이 상황이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소파에 쓰러져 상황을 외면해버린다. 그 모습을 본 발로쟈는 이제 최후의 한방이 남았다며 빠샤를 시켜 어떤 행위를 하게끔 시킨다. 랄랴는 그런 엘레나 선생님께 아이들 제가 다 내쫓을게요 용서해주세요 하며 친구들을 깨우고 연인인 빠샤에게 얼른 나가자며 재촉을 한다.
그. 런. 데.발로쟈가 말한 최후통첩이 랄랴를 성폭행 하려고 하는 거였다. 진짜 진심으로 이 장면에서 화가 나 눈물이 났다. 남자아이들에게 붙잡혀 저항하지 못하는 랄랴의 상황과 남자친구이면서 이런 상황을 동조한 그리고 외면해 버린 빠샤가 너무 짜증이나고, 발로쟈를 거역하지 못하며 랄랴를 잡고 있는 비쨔에게 실망을 했던 것 같다. 제일 나쁜놈은 역시 발로쟈다.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 랄랴는 모든 걸 포기하며 저항하는 걸 멈추는데 하... 그냥 충격이었다. 지금도 그 표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화가난다. 물론 랄랴도 잘못했지만 그게 그렇다고 해서 '성'적으로 폭행을 당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진짜 진정으로 악의 끝판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결국 엘레나 선생님이 열쇠를 준다며 랄랴를 놓아주라고 하는데, 발로쟈는 자신이 승리를 했다며 랄랴에게 진짜 할 줄 알았냐며 비웃는다. 와... xxxxx.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 승리를 쟁취한 발로쟈가 열쇠를 두고 떠나면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와 진짜 발로쟈는 끝까지 이런 인물이겠구나. 그냥 이 모든 상황들이 게임일 뿐이었구나. 자신 외 다른 사람들은 장기 말일뿐이구나. 정말 끝까지 화가 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열쇠는 그냥 두고 나가는데 랄랴는 소파 앞에 우뚝 서있는 엘레나 선생님 앞에 가서 선생님 이것 보세요 애들이 열쇠를 그냥 두고 갔어요 하며 엉엉 우는 걸로 극이 끝이 난다.
마지막의 랄랴의 대사와 울음은 무엇일까? 극을 보고 나왔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결국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용서를 해달라는 울음일까? 가져가지 않을 거면서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자신에게 화가 나 우는 걸까? 그냥 이 모든 게 답답해서 우는 걸까? 많은 물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뚝 서있는 엘레나 선생님을 보면서 결국 열쇠는 내어 주었지만, 그 혼돈에서 선은 다시 일어서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극은 보고 나오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 현실이 떠올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가르치려고 하지를 않나 선생님을 협박하려고 하지를 않나... 40년 전의 소련을 배경으로 한 희곡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니... 막막하다. 끊임없는 경쟁사회...
<마지막 티켓 오픈>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마지막 티켓 오픈 일정이 이번 주에 있다. 지금 오픈 된 자리들도 좋지만, 좀 더 앞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이번주 수요일에 있는 티켓 오픈을 노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날짜: 7월 22일 수요일 오후 2시]
[티켓 오픈 기간: 8월 18일 화요일 ~ 9월 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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