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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기는 생활

베어 더 뮤지컬 (Bare the Musical) (feat.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후기)

by 별난방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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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2020

Everyone has a secret

Bare - 1) 벌거벗은, 맨- 2) 헐벗은 3) (신체의 일부를) 드러내다

베어 더 뮤지컬 (bare the musical)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65분 (인터미션 15분)
2020.05.29 ~ 2020.08.23
기세중, 오승훈, 정휘, 김리현, 문성일, 임준혁, 홍승안, 김진욱, 허혜진, 임예진, 이동환, 이봉준, 정다예, 유희지, 황만익, 박세웅, 백주희, 김경민, 신동근, 정문길, 김지훈, 조연정, 박규연, 신가은, 이혜진

 

이렇게 이 후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많은 공연계에 타격이 왔다. 그래서 [베어 더 뮤지컬]도 막공을 앞두고 갑자기 하루 전에 막공을 취소하고 22일 밤공을 마지막으로 극의 막을 내렸다. 이런 공연이 베어 만 이런 게 아니라 많은 공연들에서 일어났다는 게 참 슬픈 일이다. 물론 정부의 지침, 방역을 따라야 하는 건 맞는 거지만 이런 상황이 오게끔 만든 이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 그놈의 집회가 뭐라고....

 

<오늘의 캐스팅>

피터 - 정휘 

제이슨 - 문성일

아이비 - 임예진

멧 - 이동환

나디아 - 정다예

신부 - 박세웅

샨텔수녀 & 클레어 - 김경민

루카스-신동근, 잭-정문길, 앨런-김지훈, 타냐-조연정, 카이라-박규연, 다이앤-신가은, 로리-이혜진

 

<시놉시스>

"알리고 싶어 너와 나의 비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피터와 제이슨. 성 세실리아 학교의 킹카인 제이슨과 비밀리에 교제 중인 피터는 커밍아웃을 원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까 이를 거부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오디션이 열리고 로미오 역은 제이슨이, 줄리엣 역은 아이비가 맡게 된다. 아이비는 극 중이 아닌 현실에서도 제이슨을 유혹하고, 제이슨은 계속해서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에게 관계를 멈춰야 한다며 이별을 고하는데....

 

<공연장 자리 후기>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은 두산이 가지고 있는 비교적 최근 건물이라 그런지 굉장히 시설도 좋고 깨끗하다. 종로5가역에서 나가면 굉장히 가깝다. 내부는 연강홀을 지키는 곰돌이들이 있고 가는 길목에는 소리 나는 피아노 건반들이 있다. 동동동. 또 하나의 장점은 여자 화장실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넓고 깨끗하다. 객석 1층에 있는 화장실 말고도 곳곳에 화장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객석 출입구에서 빨간 담요를 빌릴 수도 있다. 

부채꼴 모양으로 객석이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중앙으로 앉으면 어디든 잘 보일 것 같다. 사이드는 많이 사이드인 감이 있지만 무대에 맞게 기울어 있기 때문에 고개가 많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어느 한 배우의 등을 보게 된다거나 2층에 올라갈 땐 철골 구조물에 가로막혀 안 보이는 곳이 있거나 했다. 중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열 사이드 통로 자리 보다, 7,8,9, 열 사이드 통로 자리가 훨씬 중앙에 가까운 구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연강홀에서 올라오던 공연들이 취향인 적이 많이 없어서 2층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9열에 앉았었는데 생각보다 뻥 뚫려있어서 괜찮았다. 다만, 세세한 표정을 보려면 오페라글라스가 필수고 침대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공연 후기>-스포 완전 스포

일단 충격이었다.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걸 알고 갔는데 너무 적나라게 보여줘서 1막에서는 헉.... 이러면서 봤던 것 같다. 너무 찐한 씬들이 많았다. 그리고 청소년이 할 수 있는 범죄? 타락? 이 다 들어 있었다. 마약, 파티, 섹스,... 요즘 이런 소재의 극을 은근 많이 본 것 같다. 한 번 볼 때 충격이 크게 다가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 수도....

일단 내용, 그러니까 스토리는 이게 뭐야... 였다. 피터랑 제이슨이 사귀는데 피터가 자꾸 커밍아웃을 하려고 하니까 제이슨은 그럴 수는 없고,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뒤에 자신을 유혹하는 아이비와 자고,.... 아이비는 그 한 번으로 아이를 가지게 되고, 제이슨한테 말하지만 약간 부정하는 듯이 말하는 제이슨, 그리고 아이비를 좋아하는 멧이 나와서 강제로 피터와 제이슨의 관계를 커밍아웃시키고.... OMG 진짜 막장 전개였다. 그리고 제이슨이 죽는다는 결말까지...

나디아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제이슨과 쌍둥이지만, 킹카인 제이슨과는 다르게 예쁘지도 않고 털털한 성격의 여자애로 나온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를 계속 깎아내리는 캐릭터인데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면서도, 청소년기에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겪는 그런 문제여서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사실 극의 내용은 진짜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녀 본 건 아니지만, 대학을 다닐 때는 실제로 마약 파티가 많이 열렸었고, 성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자유로웠다. 그래서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또 느낀 건, 아니 왜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인데 넘버는 마음에 드는 걸까? 가사는 좀 오글 거리는 내용이 많았지만 멜로디 라던지 댄스 같은 게 은근 취향이었다. 911! Emergency 같은 경우에는 수녀님이 마리아로 나와서 피터에게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하라고 하는 노래인데 신나고 즐거웠다. 2막 시작 곡인 Wedding Bells 도 신나는 쪽에 맞는 넘버이다. 피터와 제이슨이 결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제이슨과 아이비가 하는 결혼이라니... 결국 피터의 상상이었지만, 피터가 얼마나 극에 다 달아있는지 알 수 있었다. 피터와 제이슨의 감정이 중요하지만 피터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피터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피터 넌 왜 멧한테 비밀을 말해서.... 이래서 술과 약은 문제야!!!

POINT. 8/24일 오늘 자로 각 음원사이트에서 [베어 더 뮤지컬 2020] 버전의 음원을 들을 수 있다. 똑같은 커버의 2018년도 버전도 있다. 

처음에는 피터가 굉장히 유약한 아이로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진행될수록 오히려 피터는 단단하고 제이슨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집안의 기대, 학교에서 자신의 위치 등등을 생각하다 보니 내면보다 외부에 더 많이 휘둘릴 수밖에 없고, 친 사고가 또.... 엄청나다 보니까 더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하기 전 약을 그렇게 많이 먹은 것도 일부러 마신 게 아니라 어쩔 줄 몰라서 마신 것처럼 보여서 마지막에 쓰러질 때는 어떡해... 하는 소리가 나올 뻔했다. 그때 피터의 감정선이 진짜 애절하더라... 아휴 남겨진 아이비와 친구들은 어쩔 거며... 피터는 또 어떡하나....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만족하면서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다음에 다시 돌아온다면 한 번은 더 보러 갈 것 같은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 취향이 아니었던 뮤지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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