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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즐기는 생활

여성 4인조 롹 뮤지컬 리지 보고 온 후기 / 리지 보든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by 별난방 2020.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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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보든 사건을 가지고 만든 <뮤지컬 리지>

"리지 보든 도끼로

엄마한테 마흔 번

아빠한텐 아니야

마흔 하고 한 번 더"

뮤지컬 리지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120분 (인터미션: 15분)
2020.04.02 ~ 2020.06.21
R석 66,000원
S석 55,000원

유리아, 나하나, 김려원, 홍서영, 최수진, 제이민, 이영미, 최현선

요즘 대학로에서 핫한 뮤지컬이 하나 있다. 
오픈할 때부터 여성 4인조 록 뮤지컬이라고 해서 입소문이 난 뮤지컬 리지이다. 
이미 4월에 개막을 해서 이번 주면 막을 내리는 뮤지컬이다. 아쉽지만 더 늦기 전에 보고 왔다. 

뮤지컬 리지가 공연이 되고 있는 드림아트센터 1관은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다 보면 보인다. 외부 Ticket Box는 2, 3관 공연 티켓을 찾을 수 있고, 1관 Ticket Box는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지하 1층은 로비가 있고 티켓박스와 MD부스 재관람 도장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객석 2층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한 층 더 내려가면 1층 객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오늘의 캐스팅>

리지 보든 - 유리아

엠마 보든 - 김려원

엘리스 러셀 - 최수진

브리짓 설리번 - 최현선

 

 

<공연 배경 설명, SYNOPSIS>

"리지 보든 사건"

1892년, 타는 듯한 8월의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도시 폴 리버, 보든가. 부유한 사업가이자 구두쇠로 소문난 앤드루와 그의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되고, 보든 가의 굴째 딸 리지가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체포된다. 전국적인 관심 속에 '세기의' 재판이 열리고, 4명의 여인이 법정에 선다. 리지, 그녀의 언니 엠마, 리지의 친구 엘리스, 보든 가의 메이드 브리짓. 보든 가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틀간에는 어떤 비밀들이 있었는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들. 재판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나간다....

리지 보든 사건은 미국 희대의 미제 살인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많은 작품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 작품이고, 이번에 아시아권 초연으로 뮤지컬이 한국에 올라왔다. 실제 사건에서는 앤드루 보든은 도끼로 10차례 부인 에비 보든은 18차례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여기서 리지 보든은 무죄로 판결이 나는 데 그 이유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살해 도구가 발견이 되지도 않았고, 정황 증거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에는 독실하고, 교육을 잘 받은 여성인 리지 보든이 아버지를 살해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강했다. 일종의 편견이 작용한 것이다. 13일의 구금과 재판 끝에 리지 보든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내부 사람인데, 유력한 용의자는 리지 보든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리지 보든이 살인자라고 말을 하고 왜 그 사건이 일어났을까? 에 집중하는 내용이 많다.

 

<드림아트센터 1관 자리 후기>

생각 보다 의자 앉는 곳은 편하다.

그렇지만 뭔가 모르게 의자가 불편하다.

안으로 엉덩이를 딱 맞춰 등받이에 기대면 불편하다.

H열이 시야가 진짜 좋다. 그리고 눈높이가 맞는 것 같다. 표정이 다 보이지만 먼감이 있다.

F열 앞쪽으로 통로가 있다. 그래서 발 놓을 수 있는 자리가 넓다. 하지만 D열과 크게 단차가 없는 것 같다. (시야 답답 예상)

 

<공연 후기>

실제로 있는 사건을 공연하는 거라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떻게 묘사를 하고 연기를 할까 가 가장 궁금했다. 리지 보든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한 가설은 두 가지가 가장 크게 지지를 받는다. 첫 번째가 새엄마 (계모)와 친부의 재산을 두고 일어난 갈등, 그리고 어릴 적부터 친부에게 성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이다. 뮤지컬에서는 이 두 가지의 내용이 다 드러나 있었다.

1막에서 리지 보든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고, 히스테릭한 언니 엠마 보든은 계모와 상속금 때문에 다투는 장면들이 나온다.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 준다. 정말 피폐해져가는 리지의 모습이 너무 잘 보였다. 제정신으로 살아가지를 못하는 모습을 너무 잘 연기하시더라, 그리고 언니인 엠마 보든이 집을 떠난다. 리지 보든은 자신만 이 집에 남겨두고 떠나지 말라며 괴로워하는데 엠마는 냉정하게 떠나버린다. 누군가 죽여 버리고 싶다는 걸 암시하며,,,

리지에게 헛간 다락은 친부를 피해, 고통을 피해 도망을 치는 장소이다. 그리고 헛간 다락은 옆집 친구 엘리스 러셀과 만나서 노는 장소로도 나온다. 리지는 헛간 다락에서 비둘기와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친부는 그걸 보고 더럽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리지가 소중히 여겼던 (비둘기를 보며 일종의 자유를 꿈꿨던 것 같다) 비둘기의 머리를 자르고 깃털을 뽑으며 죽여 버린다. 그러니까 자신의 탈출구였던 장소가 가장 기피했던 존재인 친부에게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 침범을 당해 버린 것이다. 

1막 끝에서 리지 보든은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렸고, 청산을 구하려 하면서 계모를 죽이면 언니가 돌아오겠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친부가 도끼로 내려친 비둘기를 보면서 눈이 확 돌아버렸다. 진짜 이때 부들부들 떨면서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메이드 인 브리짓에게 밖에 있을 거냐고 묻는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 원래 메이드 이름을 메기라고 부르며 존재 자체를 신경 안 쓰고 무심한 듯 여겼는데, 범행을 저지르려고 결심을 하자마자 진짜 이름인 브리짓이라고 불러 주다니 이 부분이 진짜 소름 끼쳤다.

먼저 계모를 도끼로 죽이고, 피칠을 한 옷을 입고 나오는 데 OMG 진짜 연기가 너무 장난이 아니었다. 과격한 모습 그냥 미쳐있는 모습이 정말 잘 보였다. 브리짓에게 친부가 집에 돌아왔다고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그 도끼로 응접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친부를 내리쳐 살해한다. 그리고 1막은 끝난다.

2막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의상이다. 1막에서 입고 나오는 의상들은 그 당시 여성들이 입었을 법한 옷들이다. 코르셋과 버슬이 달려있는,,, 그런데 2막에서 등장하는 리지는 정말 파격적인 락 의상을 입고 있다. 가죽 핫팬츠와 탱크톱 그리고 검은 재킷! 표정도 완전히 바뀐다. 1막 내내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보여 줬다면, 2막에서는 밝고 결단력 있고 과감한 표정들을 보여준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리지 보든의 재판이 흘러가는 내용이 2막의 주된 내용이다. 그 다음으로 의상의 변화가 있는 사람은 언니인 엠마 보든. 엠마는 리지에게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화를 내지만, 결국 자신들을 괴롭힌 존재가 사라진 것에 만족하며 의상 체인지를 한다. 그리고 피 묻은 드레스와 도끼를 처리하지 않은 리지. 브리짓이 그걸 들고 있는 걸 보며 돈으로 현상을 하고, 브리짓은 돈을 받고 사건을 묵인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다. 결국 리지 쪽에 서기로 한다. 브리짓의 의상 또한 변하고, 드레스를 태우려고 하는데 그 모습을 친구 엘리스에게 들킨다.

앨리스는 마지막까지 진실만 (자신이 본 사실만 말할 거라고 하는 데), 재판관이 리지의 불우한 과거사 그리고 엘리스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자 민감해지며 마지막으로 리지를 위한 변호를 해주며 리지의 편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엘리스의 변화 하는 감정이 정말 섬세하게 잘 표현이 되어서 최수진이라는 배우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엘리스 러셀은 극중에서 리지를 사랑하는 것으로 표현이 되는데 그 시대상 그건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였고, 교회에 반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 행동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그걸 최수진 배우님이 정말 잘 표현을 해주셨고, 2막은 거의 엘리스의 감정에 이끌려 갔다. 감옥에서 자유로워진 리지는 해방을 노래하는 데 내적 희열이 엄청났다. 중간에 은색 드레스로 바꿔 입고 나오시는 데 ㅠㅠㅠ 진짜 여신님 ㅠㅠㅠ 유리아 배우님 헤드윅이 생각나기도 했고, 완전한 해방을 보았다.

코로나여서 마음껏 환호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다.

이 극의 하이라이트는 '커튼콜'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신이 난다. 극 중 나왔던 강렬한 락 사운드의 음악들을 네 배우가 나와서 뛰며 노래를 부르는 데 같이 따라 부르지를 못하니까 점프하고 박수를 치는 것으로 대신해야 하는 게 정말 아쉬웠다 ㅠㅠㅠㅠ "머리가 왜 없어!!!!" 따라 하고 싶었는데,,, 소심하게 안무만 슬쩍슬쩍 따라 해 보았다.

실화이다 보니까 사실 극 중 교훈? 이라던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에 대한 의문은 남았다. 요즘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공연들을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부에게 성폭행당하는 고통이 담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내용의 극이 지금 올라오는 게 맞는 가에 대한 의문도 존재했다. 여성 억압과 해방을 이야기하는 뮤지컬이라는 내용을 본 것 같은데 너무 심한 억압 속에서 자라온 여성이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게 정당한가? (아마 제작진의 의도는 권선징악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해방된 모습을 의상으로 표현을 하는 데 (코르셋을 벗어던진다.) 갈아입은 락 의상이 그 전 의상과 대비되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여성성이 강조된 의상이 진정한 해방이 맞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이 모든 의문을 제외하더라도 <뮤지컬 리지>는 볼 만한 공연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무대와 노래 후기>

공연 시작 전 빈 무대 사진. (촬영 가능)

무대는 변하는 게 크게 없고, 헛간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과, 비둘기 오르골, 시체가 놓인 바닥 공간 등이 장면에 맞게 보인다. 그리고 친부와 계모의 얼굴 초상화가 기괴하게 걸려 있는데 그 걸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무대 뒤쪽으로 밴드가 위치해 있고 모습은 실루엣 정도 보인다. 

락 뮤지컬이라고 내세운 만큼 배우들은 적절히 스탠드 마이크를 활용한다. 그 점에서 이 뮤지컬은 내용을 보여주는 것보다, 음악과 조명 효과 그리고 살인이라는 소재 자체를 그냥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을 중점으로 하려고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뮤지컬 리지는 조명 맛집이었다! 적절하게 사용되는 조명들은 가끔 내 눈을 공격하기도 했지만,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데 일조했다. 마지막 모두가 떠난 빈 무대에 도끼가 꽂혀있고 그걸 비춰주는 핀 조명을 보아라.

공연이 끝난 후 도끼만 놓여져 있는 무대 사진 (커튼콜은 촬영 불가)

또 하나의 강한 장점은 음악이다. 총 28곡으로 구성된 음악은 극 내내 강렬한 사운드로 내 귀를 신나게 해 주었다. 간혹가다가 너무 직설적인 가사들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걸 잊고 극에 푹 빠져 있게 해주었다.

"Somebody 누가 사고 쳐

Somebody 집어 들었어

Somebody 이제 내려쳐

Somebody Will Die"

 

"머리가 왜 없어

머리가 왜 없어

머리가 왜 없어"

귓가에 맴도는 강렬한 락 사운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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